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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로우 무브먼트' 운동가 칼 오너리 강연
    정보은행 2010. 8. 29. 17:24

    세계적 작가 칼 오너리 기조강연 전문


    8.29 11:00 강원대 백령아트센터


    제가 한국에 온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제 부모님이 한국인이 아닌데도 김치를 담그셨습니다. 제가 첫 번째 기조연설을 하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저는 ‘레저’의 팬입니다.

    우리, 고정관념에 대해서 생각해 봅시다. 어제 밤에 송암레저 스포츠 단지에서 개막식이 있었습니다. 화장실에 갔는데 옆에 여러 명이 소변을 보면서 문자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건 슬로우 무빙이 아니다.’ 생각했습니다. 이들이 어떻게 ‘조준’을 했는지 의문입니다.

    이혼절차를 밟는 어느 부부의 얘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그 부부는 젊을 때 결혼했습니다. 그리고 마흔이 넘어 이혼을 결심합니다. 부부가 섹스를 하다가 아내가 블랙베리로 이메일을 확인하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첫 번째 결론은 남자의 섹스 테크닉이 안 좋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두 번째 결론은 침대로 휴대전화를 가지고 올 만큼 현대인은 바삐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전자기기는 우리에게 휴식을 이용하는 시간을 빼앗아 버립니다. 현재 우리의 삶은 전투와 같습니다. 전 세계가 ‘빨리빨리’를 외치고 있습니다. 뭔가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속도를 개선합니다. 이 가속화현상은, 예를 들면 끊임없는 단축기와 같은 것들을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제가 살던 런던 옆에는 헬스장이 있습니다. 이 헬스장에서는 사람들에게 스피드 요가를 시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한 시간이 걸릴 동작을 20분 만에 스피드로 끝내버리는 겁니다.

     또 다른 얘기를 해드리겠습니다. 미국에 있는 제 친구 얘기인데요. 제 친구는 장례식에서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를 경험합니다. *Drive-through : 차에 탄 채로 이용할 수 있는 식당, 은행 등.

     차를 타고 장례식장을 지나며 창문 밖으로 꽃을 던지는 90초의 시간 동안 돌아가신 이를 추모합니다. 제가 말씀드린 이 예들은 스피드 문화의 극단적인 예입니다.

     우리는 일상생활이 너무 빨리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늘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하지 못 합니다. 이것은 직장생활, 환경, 경제, 인간관계, 레저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이로 인해 인간관계가 무너지기도 합니다. 남의 얘기를 경청해 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들이 잠자기 전에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근데 너무 빨리 읽어주었습니다. 아들을 침대에 눕혀놓고 두 세 페이지를 건너뛰기도 하고, 문단을 빼먹기도 하면서 굉장히 빨리 읽어주는 것입니다. 아들에게 백설공주를 읽어주었을 때 난쟁이가 7명이 아닌 3명의 얘기만 읽어주기도 했습니다. 이는 가속화된 사회 현상입니다.

     어느 날, 저는 ‘시간을 절약하는 팁’이 실린 신문기사를 정독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동화 ‘백설공주’를 60초 안에 읽는 것을 가능하게 할 만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당장 그 책을 아마존에서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이래야만 하는가. 내 아들에게까지 책을 빨리 읽어주어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감이 들면서 시간 절약에 대한 신문기사를 접어두고 느려져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국제적으로 속도를 늦추자는, ‘슬로우 무브’ 운동이 탄생했습니다. 식사를 예로 들겠습니다. ‘빨리 빨리’는 먹이사슬의 구성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빨리 채소가 재배되고 식탁에 오릅니다. 그리고 빠르게 음식을 조리하고 먹는 속도도 빨라집니다. 가끔 우리의 정신은 다른데 가 있으면서 운전을 하거나 TV를 보며 음식을 섭취합니다. 결국, 원래는 식사를 통해 맛을 느끼며 대화가 있는 인간관계를 상실하게 됩니다.

     슬로우 시티 운동은 20년 전 이태리에서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에 1100명의 회원을 두고 있으며 이 운동은 합리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합니다. 우리는 음식을 통해 사회적인 문화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천천히 재배하고 천천히 먹어야 합니다. ‘슬로우 푸드 운동’은 이런 슬로우 운동의 아주 작은 부분의 하나일 뿐입니다. 식품을 초고속 성장으로 다루어서는 안 됩니다.

     전 세계에는 100개의 슬로우 시티가 있으며, 이 중 5개 도시가 한국에 있습니다. 슬로우 시티는 도시환경을 다시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보행자 우선하고, 벤치를 설치하고, 사람들에게 꽃 냄새를 맡게 하는 것입니다. 이 운동은 이태리에서 슬로우 시티, 푸드 운동으로 시작했습니다.

     스포츠도 20년 전부터 슬로우 운동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요가, 택견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마음의 평화와 근육의 이완을 통한 운동은 집중력을 높이고 내면의 평화를 유지하고 정신과 육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합니다. 패스트 포워드(Fast forward)로 가면 이 균형은 무너집니다. 정신과 육체를 합치기 위해 우리는 약을 섭취합니다. 그래도 안 좋으면 병원을 가죠. 병원진료는 컨베이어 벨트와 같이 빠릅니다. 의사는 바삐 시계를 보며 단 몇 분 만에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처방을 내립니다. 우리는 더 많은 의료비용을 지출 하지만 오히려 덜 건강해졌습니다.

     최근에는 슬로우 의학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스페인에서는 의사가 환자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환자와 유대관계를 구축하는 교과과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이미 대체 의학이 많이 활성화 되었습니다. 치료기법은 총체적이고 느린 운동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나의 이야기를 누군가 들어주고 있다는 것이 대체 의학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효과가 있는지는 계속 실험해 봐야 하지만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육체와 정신은 다시 섹스의 문제로 돌아갑니다. 인터넷에는 포르노가 많아졌습니다. 섹스 도중 블랙베리를 확인 하는 여자 얘기는 결코 과장된 우스개 얘기가 아닙니다.

     핸드폰 사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현대인 중 20퍼센트는 섹스 도중 핸드폰 이용한다고 합니다. 트위터 팔로워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거나 핸드폰을 침실 밖에 둬도 섹스를 빨리 끝내고 싶어 합니다. 빨리 빨리 문화가 침실에 까지 들어온 것입니다. 나중에 섹스가 올림픽 종목에 포함될지도 모르겠습니다. 30초 안에 오르가즘을 느끼는 종목 식으로 말입니다. 이태리에서는 슬로우 섹스 운동이 일어나고 있으며 실제 슬로우 워크샵에 참석하는 커플도 많습니다.

     아이들도 빨리 움직이려 합니다.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과속화 하기 위한 노력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압박이 오히려 무효과를 유발합니다. 육아측면에서도 속도를 느리게 하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북미 몇몇 지역에서는 슬로우 데이(Slow Day)를 지정해 숙제도 없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고 지루해 하며 아이다움을 느낄 수 있는 날을 만들었습니다. 이날은 느리게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날입니다.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압박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각자 자신에 맞는 속도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창의성에도 도움이 됩니다. 다음은,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주어져야 합니다.

    느림의 철학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자신의 성찰 시간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버드 대학에서는 신입생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신입생 여러분을 환영한다. 그리고 목표를 이루길 바란다. 하지만, 스케줄을 빠듯하게 짜지 마라. 노는 시간, 레저 시간도 반드시 포함시키시오.’라는 내용의 편지를 모든 학생에게 보냅니다.

     뒤쳐지지 않을까 염려하며 항상 너무 빨리 속도를 내면 문제가 생깁니다. 건강악화는 물론, 업무에도 지장을 줍니다. 스마트하게 일할 수 없습니다. 경제적으로도 돈의 흐름이 너무 빠릅니다. 이는 최근의 세계적 금융위기를 야기했습니다. 이에 따라 속도를 늦추자는 생각이 퍼지고 있습니다.


     1)근무시간 - 근무시간을 줄이면 오히려 일을 더 잘합니다. 노르웨이와 핀란드는 근무시간이 타국가에 비해 적습니다. 하지만, 경쟁력은 월등합니다. 근무시간을 줄이는 게 생산성을 높여 오히려 회사의 수익 면에서 좋기 때문입니다.

     

     2) 느리게 일하는 시간을 지정해야 합니다. 편안하고 조용한, 느린 상태에서는 뇌파가 더 강하게 나옵니다. 이는 창의성과 사고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Slow thinking’은 과학용어로느린 시간의 사고라고 합니다. 빠르게 일하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습니다. 회사들은 느림의 오아시스를 만들려고 노력해야합니다. 낮잠을 자라고 하고, 요가 시설 마련해줘야 합니다. 잠을 자는 것이 직원의 생산성을 높여주기 때문입니다. 스페인의 시에스타(siesta - 라틴아메리카 등지에서 이른 오후에 자는 낮잠 또는 낮잠 자는 시간.)가 그 예입니다. 스페인에서 성공적인 회사들은 거의 시에스타를 강조합니다. 일과 레저를 혼합하는 것입니다.


    3) 기술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무선랩탑 아이폰과 같은 전자기기는 수많은 버튼이 있습니다. 그 중 끄기 버튼은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 버튼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이 기기들이 반격을 가할 것입니다. 사생활에도 침범할 것입니다. 그리고 지적인 능력을 떨어뜨릴 것입니다. 전자적 방해요소를 받게 되면(전화, 팩스, 이메일) 아이큐가 10포인트가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마리화나 혹은 마약을 이용하면 아이큐가 5포인트 떨어지는 것에 비해 굉장히 큰 타격입니다. 우리는 생산적인 생활을 향유하고자 전자기기를 이용하지만 이는 바보가 되어가는 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슬로우 기술을 활용하되 노예는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카메론 총리는 정부 내각 회의에서 핸드폰을 끄도록 규칙을 정했습니다. 장관이 회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서입니다. IBM은 슬로우 이메일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Inbox(받은 메일함)를 하루에 두 번만 확인하게 하는 것입니다. 하루에 두 번만 확인하는 게, 2분에 한 번씩 메일을 열어보는 것 보다 낫기 때문입니다.

     빠른 것과 느린 것 사이에는 균형이 중요합니다. 적절한 속도와 템포가 중요합니다. 음악처럼 모든 구간 구간에는 적정한 속도가 있습니다.  슬로우 운동은 느리게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가능한 한 더 잘하자. 정량적인 것이 아닌 정상적인 것을 하자는 얘기입니다. 슬로우 운동은 목적지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 과정을 즐기는, 그저 흐르도록 놔두는 것입니다. 슬로우 디자인, 주택, 건축, 과학, 리더십, 여행, 레저까지 확장할 수 있습니다. 슬로우 레저는 당연한 과정입니다. 느린 것과 레저 사이에는 자연스러운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레저는 일의 반대가 아니라, 시계를 보지 않고 여가 일에 몰두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을 즐기는 것입니다. 올바른 레저는 인간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깊이를 더 해줍니다. 레저를 통해 우리는 자신을 발견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역사에서 중요한 시기에 와 있습니다. 삶의 형식,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지난 150년 간 모든 것이 가속화 되었습니다. 장점이 많았지만, 단점 역시 오늘날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때문에 슬로우 운동 진행의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슬로우 운동이 이론적으론 좋지만 실행이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면, 제 답은 예스입니다. 바로 제가 대표적인 사례 입니다. 런던은 모든 것이 빠릅니다. 항상 마감시간에 쫒기고, 저는 빠른 운동을 즐깁니다. 하지만, 동시에 느리게 사는 법을 즐깁니다. 균형을 맞춥니다. 느림과 빠름 사이에서 에너지가 더 넘치게 되었습니다. 느린 것은 게으른 것의 의미가 아닙니다. 효율적으로 일을 하자는 것입니다. 저는 더 창의적으로 일 할 수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인간관계도 개선되었습니다. 사람을 만날 때 기계나 핸드폰의 방해를 받지 않고, 그 사람에게만 몰두하다보면 인간관계가 개선됩니다.

     아들에게 책을 읽어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Quality time(좋은 품질의 시간)이 중요합니다.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들 나름의 속도에 맞춰야 합니다. 이 사실을 안 후 저는 제 아들에게 책을 천천히 그리고 꼼꼼이 읽어줍니다. 그러면 아들이 가끔 책 읽는 도중에 학교에서 있었던 얘기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제가 미국에 북투어(book tour - 책을 출판하고 북미를 투어할 때) 때 아들이 카드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카드에 ‘틴틴’이라는 만화 캐릭터 스티커를 붙여주었습니다. 이것은 아들이 친구에게 받은 가장 좋아하는 스티커입니다. 그 소중한 걸 제게 주었다는 건 뜻 깊은 사실입니다. 아들에게 왜 이 카드를 주는지 묻자 아들은 ‘이야기를 잘 읽어주기 때문에 이 스티커를 준다고 말했습니다.’ 6개월 전에 알았다면. 이 내용을 책에 포함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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