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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은 정권과 어떻게 싸웠나
    언론 2009. 1. 17. 08:17
    언론은 정권과 어떻게 싸웠나
    언론과 정권의 싸움, 1라운드는 언론의 승리로 끝났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조·중·동과 재벌 연합군을 언론은 어떻게 이길 수 있었을까? ‘언론노조 총파업’ 13일간의 투쟁기를 정리했다.

    [70호] 2009년 01월 12일 (월) 13:59:51 고재열 기자 scoop@sisain.co.kr

       
    ⓒ시사IN 안희태
    ‘언론노조 총파업’을 통해 MBC 민영화를 막은 언론노조는 조합원들과 함께 ‘YTN 낙하산 사장 퇴진 운동’(위)도 벌였다.
    언론과 정권이 싸웠다, 13일 동안.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언론 장악 7대 악법’ 저지를 위한 ‘언론노조 총파업’이 지난해 12월26일부터 1월7일까지 진행되었다. 파업으로 언론계는 법안 상정을 저지했다. 1라운드는 언론의 완승이었다. 2월 임시국회가 시작되면 언론과 정권은 다시 2라운드 싸움을 벌인다. 언론이 정권과 어떻게 싸웠는지, 앞으로 어떻게 싸울 것인지, 그 전장을 둘러보았다.

    12 월26일 새벽, 춘천MBC 박대용 기자가 도내 기관장과 공무원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를 돌리고 여의도행 전세버스에 올랐다. ‘MBC 파업은 정당하고 언론 악법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누구도 답신을 보내지 않았다. 비장한 출사표를 던지고 온 박 기자처럼 지방 MBC 소속 노조원 1000여 명이 상경했다.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민영 미디어렙의 타깃이 바로 지방 MBC였기 때문이었다. 

    12월26일 오후, MBC 서현진 아나운서가 파업 출정식에 참석한 동료 아나운서들의 숫자를 셌다. 올겨울 가장 추운 날 중 하루였던 이날, 아나운서 노조원 전원이 집회에 참석했다. 서 아나운서는 추위에 언 자신의 맨발과 빨갛다 못해 보라색이 되어버린 동료 아나운서의 귀를 찍었다. 아나운서실뿐만 아니라 결혼을 눈앞에 둔 임명현 기자, 사내 커플인 남편과 함께 파업에 참여한 노경진 기자, 임신 8개월인 만삭의 조윤정 기자 등이 파업에 참여해 동료들을 고무시켰다. 

    12 월26일 밤, SBS 심석태 노조위원장이 저녁 <8뉴스>를 모니터링하다 분노했다. 언론노조 총파업을 공개 비난했기 때문이다. 뉴스 앵커는 “SBS는 ‘현재 일부 노조원이 파업에 가담하고 있지만 대다수가 정상적으로 방송에 임하고 있어 모든 방송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파업이 불법인 만큼 가담자는 사규에 따라 조치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SBS 출신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도 급히 S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 그러나 사측의 이런 조처는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오히려 노조에 힘이 쏠리는 역풍을 일으켰다.

    12월30일 저녁, 허일후 아나운서가 MBC 노조 노래패 ‘노래사랑’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만든 지 20시간 만에 첫 무대에 오른 ‘노래사랑’은 12시간 만에 재공연 무대에 올랐고, 무대에 오르기 10분 전 추가곡을 연습했다. 세 번째 무대에는 단체복까지 맞춰 입고 올랐다. 옆에서는 YTN 선윤정 기자가 마산MBC 신은정 기자를 취재하고 있었다. 파업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YTN은 ‘보도투쟁’으로 동참했다.

    문소리·이문세 등 연예인 파업 지지 줄이어


    12 월30일 밤, MBC 남문 광장에서 정리 집회를 하는 언론노조원 사이를 가로질러 배우 문소리씨가 MBC 사옥으로 들어갔다. MBC 연기대상 시상식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날 시상식에서 문소리씨는 “저도 이유가 있어서 여기 왔습니다. 알아볼 것도 있고…. 오다 보니 MBC 노조가 파업을 하고 있던데요, 저는 거기 있는 편이 마음이 편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매니저가 꼭 이쪽으로 와야 한다고 하더군요.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공개 지지 발언을 했다.

       
    ⓒ시사IN 안희태
    언론노조 집행부가 ‘언론 장악 악법’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이문세씨도 지지 발언을 했다. 그 역시 연기대상 시상식장에서 “지금 파업 중인데요. 추운 겨울에, 이 엄동설한에 파업하시는데 부디 좋은 성과 있어서 MBC를 꼭 지켰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배우 권해효씨, 정찬씨, 가수 안치환씨, 개그맨 노정렬씨, 영화감독 박찬욱·김지운씨 등이 ‘언론 총파업’을 공개 지지했다. 에픽하이·크라잉넛·허클베리핀 등 유명 밴드와 가수들은 파업 지지 공연을 계획하기도 했다.

    12 월31일 오후, KBS 김덕재 PD협회장이 급히 만든 ‘KBS PD협회’ 깃발을 들고 동료 PD들과 집회에 참석했다. 급히 만든 ‘KBS PD협회’ 깃발은 키가 작아, 유난히 눈에 띄었다. PD들과 기자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자 노조도 태도를 바꿨다. 이날 집회에는 강동구 신임 KBS 노조위원장과 최재훈 부위원장이 무대에 올라 총파업 지지 발언을 했다. 최대 규모인 KBS 노조가 총파업을 지지하면서 언론노조는 정권과 기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1월2일, 유천·최상열 PD 등이 제작한 MBC 노조 공식 블로그가 오픈했다. ‘디지털 파업’을 선언한 MBC 노조는 미디어 다음에 공식 카페를 만든 데 이어 블로그도 만들어 누리꾼과 직접 소통했다. MBC 노조 카페에는 1만 넘는 누리꾼이 회원으로 가입했고, 블로그에는 파업 기간 30여만 명이 방문했다. 파업 UCC를 만드느라 종합편성부 조충남 조합원은 파업 전보다 더 바쁜 시간을 보내야 했다. 

    1 월4일, 파업 이후 MBC와 ‘보도 전쟁’을 벌이던 중앙일보가 큰 실수를 저질렀다. MBC 노조가 블로그에 올린 김주하 앵커 인터뷰를 중앙일보가 왜곡 보도한 것이 MBC 측에 ‘발각’되었다. 중앙일보는 조인스닷컴에서 김주하 앵커가 “MBC가 자기 밥그릇 챙기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라고 말한 것을 ‘MBC, 자기 밥그릇 챙기기 인정하지만’이라고 왜곡해서 제목을 달았다. MBC는 파업 이후 도인태 탐사보도팀장을 중심으로 중앙일보 보도에 대해 적극적인 반론 보도를 펴왔다. 

    1월6일, 두 번째 1박2일 집회가 열렸다. 춘천 MBC 박대용 기자는 다시 지역 기관장과 공무원들에게 파업의 정당성을 알리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에는 답신이 왔다. “고생 많으십니다.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언론과 정권의 싸움, 그 1라운드가 언론의 승리로 끝났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문자였다. 이날 KBS 노조는 노조 깃발을 들고 집행부가 거의 다 언론노조 집회에 참가했다.

    1월8일, 이날 업무가 재개되었다. <무한도전> 김태호 PD도 촬영을 위해 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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